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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삶 (Nature & Life) :: 수술 후 항암치료를 거부할 것인가?

 

 

최근 미국에서의 암 치료법에는 다소 변화가 일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원발부위에 악성종괴가 자리잡고 주변 혹은 전신에 암세포가 퍼져 있다면 무조건 수술로 이 종괴를 도려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환우 생존기간에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대신에 우선, 조직검사나 유전자검사를 통하여 악성 종양의 악성도를 파악하고 그 악성도가 순한 암으로 판단된다면 원발부위의 종양을 수술적인 방법으로 드러내고, 반면에 악성도가 높은 독한 암으로 판단된다면 그대로 놔둔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치료법이 오히려 생존기간을 더 늘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 원리는 마치 벌의 특성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처마 밑에 벌들이 들어와 집을 짓고 살고 있습니다. 만일에 벌들이 온순하다면 한 밤중에 연기를 뿜어대며 벌집을 떼내어 태워버리는 것입니다. 이 때 집을 잃은 벌들은 이사를 가고 상황은 종결되지만, 지독한 벌들은 연기를 뿜으며 벌집을 떼내어도 사람을 향해 맹렬히 공격하고 집안 구석구석에 한바탕 소란을 피워 오히려 벌에 더 쏘이게 된다는 것입니다.

 

악성도가 높은 암종은 마치 이런 지독한 벌과 같아서 사람의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전신에 순환하다가 돌아갈 종양이 없으면 다른 부위에 급속도로 전이가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를 두고 다른 학자들은 원발부위 종양이 전신에 암세포를 평소에 통제하고 있지만 이 구심점이 되는 종양이 사라지만 겉잡을 수 없이 주변으로 전이가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최근 부작용이 적은 표적치료제도 다수 나와있지만 극심한 구토와 탈모, 위장장애를 일의키는 세포독성치료제를 이용한 항암요법은 그 명성(?)만으로도 고통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몇 년 전에는 일본의 한 의사가 많은 암환우들이 항암제에 살해당한다라는 내용의 책을 출판하여 상당한 반향을 일으킨 것만으로도 그 거부감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세포독성치료제를 이용한 항암요법, 소위 항암화학요법 그 자체는 나름데로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완치의 가능성은 희박한 4기 폐암, 위암, 대장암 등에서는 단순히 증상을 완화시키고 생명을 연장시키는 것으로만 알려지지만, 급성 백혈병, 다발성 골수종, 악성 림프종과 같은 혈액암, 고환암, 횡문근 육종 등의 일부암에 대해서는 병기에 상관없이 말기에도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주된 치료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원래 논제로 돌아가서 '수술 후 보조항암화학요법을 꼭 받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충분히 짚어봐야 할 내용이 있습니다. 현대의학에서 현존하는 암의 3대 치료법은 수술과 방사선 그리고 항암화학요법이 전부입니다. 사실상 암조직을 직접 제거하는 수술이 근본적인 암 치료법의 약 90%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10%에 불과하며 그 밖에 온열요법이나 면역세포치료, 통합의학적 치료법은 현대의학에서 아직 입증되지 않았거나 입증되지 못한 그 이외의 치료법이 됩니다.

 

수술이 잘 되었지만 주변에 제거되지 않은 암화될 수 있는 조직이 있거나 현미경적 미세전이가 의심된다면 보조항암요법을 시행할 것을 권하게 되는데, 이는 통계적으로 약 40%의 재발 가능성을 낮추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재발 가능성을 40% 정도나 낮출 수 있는 방법은 현존의학에서 보조항암요법이 유일하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붉은 고기를 많이 섭취하여 암을 고쳤다는 얘기는 없습니다. 하지만 가지나 흑마늘 혹은 부처손 등등으로 나름데로 암을 이겨냈다는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이는 분명 붉은 고기를 즐기는 것보다 가지나 흑마늘이 암에 좋다는 반증이기는 하나 수 %대의 치료효과는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말기 암환우의 생존기간을 불과 2~3개월 연장시키는 것만으로도 임상시험에서 이를 입증한다면 표적치료제로 승인받듯이 다수에게 보편적인 치료효과를 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보조항암요법을 거부하고 치료효과가 수 %대로 입증된 통합요법이 나오지 않는 이상 통계적으로 보조항암요법은 암의 재발을 막기 위한 1순위 치료이며 다른 어떤 치료법을 놓고 무리수를 둘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재발율을 1% 낮추는 치료요법을 찾았다고 자신이 100명 중에 그 한 명에 들어가라는 보장이 없으며 그 1%를 담보할만한 보편적인 치료법이 보조항암화학요법 이외에는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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