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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삶 (Nature & Life) :: MD앤더슨 종신교수 김의신 박사의 癌이야기(7)

 

 

MD앤더슨 종신교수인 김의신 박사가 말하는 암이야기입니다. 지극히 상투적인 말이 될 수 있지만 간과해서는 안될 사고 전환의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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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미국인 의사가 폐암 환자를 3시간 붙잡고 진료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대기 환자들이 줄줄이 밀려 있는데, 암 환자와 의사 간의 질의응답은 끝날 줄 몰랐다. 밖에서 기다리는 환자에게 "불만이 없느냐?"고 물어봤더니, 다들 "괜찮다(no problem)"는 반응이었다. "내 생명이 저 환자처럼 절박한 상황이 되면 이 의사는 나에게도 그렇게 해줄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처럼 MD 앤더슨 진료는 암 환자 중심으로 돌아간다. 누구나 암에 걸렸다고 하면 당황하기 마련이다. 어디 가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 이를 위해 병원은 '통합 암진료과(general oncology)'를 운영한다. 암 진단을 받았지만, 치료를 시작하지 않은 환자들이 모두 이곳을 거친다. 여기에는 각 분야 암 전문의가 모여 있다. 외과, 종양내과, 영상의학과, 병리학 전문의 등이 토론을 통해 환자의 치료방침을 정한다. 환자들도 회의에 참여할 수 있다. 수술을 먼저 할지, 방사선 치료를 할지, 항암제를 시도할지가 정해지면 그 결론을 환자에게 제시한다. 암 치료 교통정리를 하는 셈이다. 최종 결정은 환자가 한다. 환자가 죽어도 수술은 못 받겠다고 하면 차선책을 권한다. 때론 담당 의사를 정해주기도 한다.

 

암 치료는 끊임없이 발전하고 변하기 때문에 암 환자가 적합한 치료를 받으려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암 치료는 시작이 매우 중요하다. 처음에 방향을 잘못 잡으면 치료 결과도 나쁘고 환자가 고생하게 된다. 암 환자가 처음부터 의료진의 치료법에 확실한 신뢰를 가져야 낫는다는 희망도 생기고 결과도 좋다. MD 앤더슨에서는 의사가 환자를 많이 보거나, 수술을 많이 하거나, 검사를 많이 낸다고 해서 의사에게 '인센티브(연봉 외 가외 수당)'를 주지 않는다. 그러니 의사들이 환자를 서로 가져가려고 경쟁하지 않는다. 협동진료가 잘 이뤄지는 이유다.

 

 

앤더슨 암센터 제공의사 연봉은 군대조직과 같아서 직급이 높거나 근속 연수가 많은 사람이 높다. 그렇다고 나이 많은 의사가 편할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진료 경험이 많은 정교수급 의사들이 환자를 더 많이 봐야 한다. 그게 병원 운영 방침이다. 젊은 교수들은 주로 싱싱한 아이디어를 갖고 임상 연구에 매달린다. 나이 들었다고 환자 진료는 젊은 교수들에게 맡기고 뒷짐만 지고 있다가는 쫓겨나기 십상이다.

 

텍사스 주립대학 부속병원인 이곳의 의료진 연봉은 사립대 병원 절반 수준이다. 그럼에도 미국 최고의 암센터에서 일한다는 자부심 때문에 다른 곳으로 잘 가지 않는다. 한 해 연구비는 약 6100억원으로 단일 의료기관 가운데 전 세계에서 암 연구에 가장 많은 돈을 쓴다. 이제 단순한 병원이 아니라 '의학 연구와 암 진료의 복합체(cluster)'인 것이다.

 

암 환자 중심 체계의 백미는 청원(請願)제도다. 진료에 불만이 있는 환자들은 언제든지 병원 내 상주하는 변호사에게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다. 일종의 고충처리 위원회로, 청원 담당자들은 환자 편에 서서 일을 처리한다. 최종 결론은 목사·사회복지사 등이 참여한 위원회에서 내린다. 만약 의사가 환자의 의견을 무시한 것으로 조사되면, 그 의사는 무조건 징계를 받는다.

 

최근 한국 병원의 암 치료 수준은 급속히 발전했다. 내가 만약 암에 걸리면 한국에 와서 치료받고 싶을 정도로 우리나라 병원의 암 치료 기술은 정말 신속하고 정확하다. 하지만 아직 암 환자 중심의 진료 문화는 부족한 듯싶다. 암 치료의 기술뿐 아니라 환자 중심의 문화와 시스템을 발전시키는 데 더욱 힘썼으면 한다. 

 

<MD 앤더슨 암센터>

미 휴스턴에 있는 된 텍사스 주립대 부속병원. 1930년대 목화 사업으로 큰돈을 번 MD 앤더슨의 기부로 병원이 세워졌다. 546병상에 의료진이 1만8000여명 근무한다. 병상당 의료진 수가 한국 대형병원의 10배가량 된다. 지난해 113만명의 암환자가 이 병원을 방문했으며, 새로운 암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한 임상 연구가 한 해 1009건에 달한다. 지난 2000년 폐암에 걸린 삼성 이건희 회장이 이곳에서 치료를 받고 나았다. 세계 최고 암센터라는 명성 덕분에 전 세계에서 온 외국인 환자가 전체 환자의 30%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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