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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삶 (Nature & Life) :: 알레르기 vs. 기생충(1)

 

 

요즈음에도 구충제를 구입하여 연례행사처럼 복용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1970~80년대에만 해도 머리에 이가 흔했지만 지금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것처럼 오늘날 기생충도 비슷한 운명이어서 불필요하게 구충제를 복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혹여 있을 체내 유익한 기생충이나 미생물에게 악영향을 끼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근래에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이자 방송인인 서민 박사는 공중파에 출현하여 우연히 오래전 자신이 발간한 책 내용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밝힌 적이 있습니다. 인체에 기생하여 사는 편충이나 십이지장충 등의 기생충들은 오래전에 자신들이 스스로 개체 수를 잘못 조절한 탓에 결국 멸망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소화기내에 기생하며 영양분을 빼앗아 먹고 살던 기생충은 멸망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알레르기 질환들이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이를 설명하는 것이 '위생가설'인데, 알레르기 질환의 증가가 잘사는 나라에서 사람들이 장(腸)에 사는 병원균에 덜 노출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미 H.H. Smits와 같은 과학자들은 특히 기생충 감염이 알레르기 질환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주장하였는데, 실제로 기생충이 많은 나라들에서는 알레르기 질환이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미국 알레르기 및 전염병 연구소 임상기생충학 책임자였던 Eric Ottesen은 남태평양 산호섬인 Mauke의 주민들을 조사했는데, 1973년에는 주민 600명 중 3%만 알레르기 질환을 앓고 있었던 반면, 1992년에는 그 비율이 15%로 증가한 것으로 그 기간 동안 기생충 박멸을 위한 각종 의료 시설을 건립해 치료에 힘쓴 나머지 30%가 넘던 기생충 감염률이 5% 이하로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기생충과 알레르기는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알레르기는 항체의 한 종류인 면역글로불린 E가 점막조직에 주로 분포하는 비만세포(mast cell)와 결합함으로써 일어나는 일련의 현상을 말하는데, 비만세포에는 히스타민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어 이 물질이 혈관을 확장시키고 기관지를 수축시켜 알레르기 증상을 유발한다는 것입니다. 항체는 병원균을 공격하여 물리치는 이로운 것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항체가 잘못 작용하면 우리 몸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키게 된다는 것입니다.

 

알레르기 환우들은 면역글로불린 E 항체가 높으며 희한하게도 기생충 감염시에도 알레르기 때와 비슷하게 혈중 면역글로불린 E 생산이 증가하지만, 이 면역글로불린 E는 알레르기 때의 면역글로불린 E와는 달라서 비만세포에 달라붙어도 히스타민이 분비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만일 기생충에 의해 만들어진 면역글로불린 E가 비만세포에 다 달라붙는다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면역글로불린 E가 붙을 자리가 없어짐으로써 알레르기 증상이 억제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밥솥 안에 상한 밥이 있는데 그 밥을 먹으면 100% 탈이 나지만 그래도 배고픈 것보다는 배아픈 게 낫다고 생각해 밥을 먹었지만 식중독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는 기생충들이 밥솥 주위를 철통같이 지키고 앉아 우리는 못 먹게 하고 자기네만 먹어버려 우리가 식중독에 걸리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또 다른 주장도 있는데 기생충에 대한 항체를 만드느라 우리 조직을 공격하는 항체를 덜 만들게 된다는 것인데 이는 기생충과 우리가 상한 밥을 나눠먹어서 식중독 증상을 덜 일으키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는 것이 서민 박사의 말입니다.

 

 

사이토카인(cytokine)은 세포 사이에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인데, 인터루킨(interleukin, IL)이라고도 부르며 기생충에 감염되면 그 사이토카인 중 하나인 IL-10이 분비된다고 알려지며 IL-10은 전반적으로 인체의 면역 반응을 억제시켜 우리 몸이 알레르기 항원에 덜 반응할 수 있고, 증상도 완화시킨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알레르기는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아토피성 피부염 그리고 천식 등의 질환으로 나타나며 잘사는 나라들에서 공통적으로 이 질환들의 빈도가 크게 증가하는데, 2002년에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지난 30년 동안 소위 선진국에서는 아토피성 피부염이 2~3배 가량 증가해, 어린애들의 15-20%가 이 질환으로 고생한다고 알려집니다.

 

독일에서는 아토피성 피부염이 심한 어린 아이들을 치유하기 위해서 숲속 유치원에 보내는데 자연과 동화되어 학습을 할 뿐만아니라 그 곳에서 인체가 많은 외부 감염원과 익숙해지고 이들과 스스로 균형을 유지하는 법을 터득하게 되어 질환이 낫는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린 자녀들의 건강을 위해서 깨끗하게 씯기지만 때로는 이것이 비(非) 건강적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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