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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삶 (Nature & Life) :: 알레르기 vs. 기생충(2)

 


그럼 알레르기를 없애기 위해 억지로 기생충에 걸려야 할까요? 일본 도쿄대학의 후지타 고이치로 교수는 자신의 장 속에서 촌충을 3년이나 길렀다고 전해집니다. 그는 어시장에서 불결한 생선을 골라먹고 겨우 촌충에 감염되었으며 알레르기 질환도 완화시킬 수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으며 기생충이 든 음식을 먹는 대신 기생충의 추출물을 주사하는 방법이 있다고 알려집니다. 이를테면 기생충을 접시에 담아 따뜻한 곳에 놔두면 기생충이 몸 안에 있는 것을 밖으로 배출하게 되며, 배출된 물질은 기생충의 분비, 배설 항원이라는 단백질로 알려지는데 이를 정제만 잘 한다면 몸 안에 투여해도 별 문제는 없다라는 것입니다.


한 연구자는 쥐모양 선충의 단백질을 실험 쥐에 투여한 후 천식을 일으키는 물질을 주는 실험을 해 보았는데, 일반 쥐가 천식 증상을 보인 것과는 달리, 기생충의 단백질을 투여한 쥐는 천식 증상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전해집니다. 기생충과 알레르기를 연구하는 부산대 유학선 교수팀도 사자 회충의 단백질을 이용해 천식반응을 억제하는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고 알려집니다.



이러한 이유로 근래에 자가면역 질환 치료에 기생충이 새로운 희망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알레르기 질환이 항원에 대해 생긴 항체가 자기를 공격하는 질환인 것처럼, 다발성 경화증이나 인슐린 의존형 당뇨병도 이와 비슷한 메커니즘에 의해 발생한다고 추측되는 자가면역 질환인 셈입니다. 항체가 중추신경계를 공격해 감각이상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것이 다발성 경화증이고,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세포를 항체가 공격함으로써 생기는 질환이 바로 인슐린 의존형 당뇨병으로 알려집니다. 


현재 제1형 당뇨병, 류마티스 관절염, 홍반성 낭창, 백혈병 등이 가장 대표적인 자가면역 질환에 속하며 이 외에 80여종의 자가면역 질환들이 알려져 있습니다. 아토피 피부염이나 알레르기 질환을 문명병 혹은 서구문화병 이라고 명명하기도 하는데 그 이면에는 지나친 청결문화가 알레르기 급증의 주요한 요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다양한 연구들에서 기생충과 알레르기, 아토피 피부염과의 상관성이 관찰되어 왔고 이는 인체의 면역시스템이 주변 환경의 미생물들과의 접촉으로 면역시스템이 진화발달을 해왔다는 것에 착안한다면 인간의 면역시스템은 진화과정에서 기생충, 곰팡이,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과 접촉을 하면서 거기에 적절하게 적응하는 과정에서 면역시스템을 함께 발달시켜왔다는 추론입니다.


그동안 현대의학이 진화발달과정에서 친숙했던 기생충과 박테리아들을 극적으로 줄어들게 만들어 그 부작용으로 인체가 면역시스템을 적절하게 발달시키지 못하게 하였다만, 미래의 의학은 단순하게 기생충을 제거하는 방법만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적절하게 공존하는 방법에 촛점을 맞추어야 할 것입니다.



요컨데 인류가 공존보다 나 홀로 생존만을 여전히 고집한다면 면역시스템의 적절한 분화발달을 유도하지 못하게 하여 알레르기, 아토피 피부염과 같은 질환들로 인류는 더욱 더 고통받는 만큼, 앞으로는 우리의 삶의 터전을 자연과 더불어 사는 환경으로 바꾸고, 무분별한 항생제의 남용을 지양하며, 보다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지혜를 갈구할 때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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