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성직자이었던 St. Peregrine은 암환우들의 성인으로 불리웁니다. 그는 오랜 동안 서서 수행을 한 뒤 발에 암이 발생해서 13세기 경의 의학 수준에서는 발을 절단해야 한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을 수 밖에 없었지만, 수술이 있기 전날에 강열한 기도를 한 결과 기적 같이 암이 치료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암이 재발되지 않았고 80세까지 생존을 함으로써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암환우들에게 그와 같은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희망이 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일들은 국내에서도 일부 성직자들에게 일어났고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됩니다. 어느 목사님은 병원에서 암세포가 몸 전신에 퍼져 현대의학적으로 더 이상 할 것이 없다는 통보를 받았지만 밤새워 기도하던 중 변의를 느껴 화장실에서 혈변을 수차례 보았고 이후의 CT 검사 결과, 온몸에 퍼져 있던 암종양이 흔적만 남고 모두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의료진 입장에서도 흔적은 있으나 종양이 감쪽같이 사라졌으니 부인할 수 없는 기적으로 당혹(?)스럽지만 종교적인 기적이라 하기 보다는 의학적인 기적도 분명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암환우가 깊은 명상 혹은 기도에 빠져 강력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면 체내에서 다이돌핀이 분비되어 순식간에 암종양을 사멸시킨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순식간에 암종괴가 사라지기도 하지만 말기 환우가 장기생존하거나 완치되는 기적적인 사례도 적지않게 보고됩니다. 1890년대 후반 외과 의사이었던 William B. Coley는 암환우들에게서 일어나는 이러한 기적을 확인하고 암 치료에 이를 응용했던 선구자고 알려지는데, 자신이 치료를 담당했으나 육종으로 사망한 17세 소녀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그는 육종 환우들의 치료 기록을 검토하다가 수술 뒤에 세균 감염이 발생했던 환우들이 그렇지 않았던 환우들보다 치료 효과가 좋았다는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우연히 종양 부위에 세균 감염이 있었던 암환우들에게서 기적 같은 치료 효과가 발견된 것입니다.
미국의 어느 현직 의사가 게재한 글에서 Coley는 이것을 응용하여 암환우들에게 세균을 의도적으로 주입하여 감염시킴으로써 암환우들을 치료했고, 그의 성공담으로 인해 1950년대까지 많은 의사들이 그의 방법을 이용하거나 응용하여 암환우들을 치료했다고 알려집니다. 소위 'Coley의 독소(toxins)' 혹은 'Coley의 백신' 이라 불려지며 미국암협회를 비롯해 다양한 전문가들에 의해 사이비 치료법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Coley의 독소는 결국 1963년 미국 식약청(FDA)에 의해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불법적인 치료방법으로 규정되어 그만 잊혀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비판을 받았던 Coley의 독소는 근래에 과학적 연구가 더욱 활발해지면서 오히려 과학적인 인정을 받고 새롭게 부활하였으며 미국암협회도 1990년대에 와서 사이비 치료법이라며 비판했던 자신들의 입장을 철회하기에 이르렀습니다. 2006년에는 암 치료에 세계적 명성을 가지고 있는 미국 텍사스의 앤더슨 암 센터에서 Coley의 독소에 대한 임상실험 결과들을 포함해 기존의 연구결과들을 검토한 결과, Coley의 독소가 수술, 항암제 치료, 방사선 치료의 3대 암치료 방법에 보조로 사용될 경우 암 치료에 주목할 만한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바가 있습니다.
결국 Coley의 독소가 새로운 조명을 받으며 3대 암치료 방법에 이어 면역요법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으며 면역요법의 선구자로 기록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날에 천연두나 독감을 비롯한 많은 질병을 예방하는 백신 또한 아이디어 측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으며 최근에 면역세포치료 요법이나 수지상세포 암 백신요법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동일한 접근방식이며 보다 안전하고 근원적인 치료법이 될 것이라고 기대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인위적인 의학적 관여가 없는 경우에도 종양이 지나치게 빠르게 성장하여 규모가 커질 때 필요한 혈관생성이 따라가지 못하면, 종양에 혈액 공급이 부족해져 자체적인 세포사멸이 발생하며 일시적인 종양의 후퇴가 일어날 수 있다고 알려집니다. 분열하여 성장하는 세포보다 사멸하는 세포가 더 많을 때 필연적으로 일시적인 종양의 후퇴가 발생하기 때문이며 하지만 이것만으로 암환우들에게서 일어나는 기적을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현재 가장 일반적인 설명은 어떤 계기로 인해 종양에 면역반응이 유발됨으로써 종양 자체가 면역체계의 공격을 받기 때문에 완전한 혹은 부분적인 암의 자발적 퇴행(spontaneous regression)이나 자연관해(spontaneous remission)와 같은 자연적 암 치료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수술 후 종양 부위에 세균 감염이 있었던 환우들에게서 치료효과가 좋게 나왔던 것은 면역체계가 암세포를 세균과 동일하게 취급하고 공격함으로써 부분적 혹은 완전한 암치료 효과를 가져 온 것으로 설명될 수 있고 Coley의 독소는 우연한 세균감염에 의존하지 않고 환우에게 세균을 직접 주입하여 인위적인 감염을 일으켜 같은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었습니다.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규명된 바는 없으나 암환우가 고열에 시달린 뒤에 갑작스럽게 암이 치료가 되었다는 많은 사례 보고들의 경우는 세균에서 발견되는 리포 다당류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하는 항원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고, 그밖에 세균의 유전자 물질 자체가 이물질로 식별되어 항원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2008년 살아 있는 연쇄상구균을 생쥐의 췌장암 조직에 감염시킨 결과 종양에서 퇴행이 일어났다는 독일 로슈토크 대학의 클라우디아 말레츠키 박사 등의 연구도 사실상 연쇄상구균이 면역반응을 유발해 종양을 공격하는 Coley의 독소를 생쥐로 다시 실험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Coley의 독소에 대한 과학적 규명은 역으로 암환우들에게서 관찰되었던 기적이 암종양 부위가 세균에 우연히 감염되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과학적 사실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며, 동시에 궁극적으로 암환우들에게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환우들 자신의 면역체계 때문이라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Coley가 사용한 방법 자체를 그대로 환우에게 적용하기에는 부적절하므로 사용되지 않지만 현재 암 치료에 있어서 면역요법은 그것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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