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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삶 (Nature & Life) :: 면역항암제, 10명중 3명의 폐암환우는 완치상태까지 간다!

 


전문의료진은 암 치료의 패러다임은 10년 주기로 변화되어 왔는데 1990년대에는 '탁솔'(성분명: 파클리탁셀)에서부터 이후 유전자 기법의 발달과 암세포의 특정 유전자를 타깃으로 하는 1990년대 말 '글리벡'(성분명: 이마티닙) 등이 표적항암제가 등장하였습니다. 하지만 만성 골수성 백혈병을 비롯한 일부 암종에 대해서 표적항암제가 암 치료에 한 획을 그었지만 전통적인 항암화학요법에서 처럼 표적항암제 또한 내성이 생긴다는 사실로부터 새로운 암 치료 패러다임이 요구되기 시작하였고, 2010년대에 들어서자 새로운 대안으로 면역치료가 다시 주목을 받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1) 1세대 세포독성항암제 -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세포도 같이 손상을 주기 때문에 부작용이 심하다.

2) 2세대 표적항암제(표적치료제) - 특정 유전자 변이를 가진 환우만 쓸 수 있고, 결국은 내성이 생기는데, 내성이 생기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

3) 3세대 면역항암제(면역치료제) - 억제되어 있던 자기 몸의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서,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새로운 기전으로, 특정 유전자 변이가 없어도 대부분의 암에 폭넓게 쓸 수 있다. 특히, 약을 끊어도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기억을 하고 있어서 암세포를 계속 공격한다(T-cell memory immune response). 그래서 치료 효과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이다. 결국 1세대 항암제의 부작용과 2세대 항암제의 내성을 개선하였고, 지속적 반응(durable response; 내성 없다), 장기생존(long-term survival), 폭넓은 항암효과(broad anti-tumor activity), 낮은 독성(low toxicity profile)이 그 특징이다.


물론 2010년대 이전에도 일본 등지에서 환우의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일종의 면역치료로 소위 백신을 투여하거나 면역세포인 T세포 자체를 투여하는 등의 방법 등이 시도되었으나, 연구 기간에 비해서 극히 일부 암종 이외에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최근 암세포로 인해 억제된 몸의 면역체계를 되살려 주는 방법으로 '면역관문 차단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의 긍정적인 치료 효과를 나타낸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다시 조명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는 암세포와 면역세포의 결합인 면역관문(Immune checkpoint)에 CTLA-4나 PD-1이 있는데, 이를 차단하는 기전이 면역치료제이며 이들 효능을 검증하는 임상시험 결과들이 최근 속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현재 CTLA-4 결합을 차단하는 '여보이'(성분명: 이필리무맙)와 PD-1의 결합을 차단시키는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 등이 있으며, 이외에도 암세포와 면역세포 간의 결합을 차단하는 약제들이 상당수 개발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면역치료제 치료 후에 악성 흑색종에서 완치 되었다는 소식은 '마법의 약'으로도 불려질 만큼 세상을 놀라게 하였고, 미 FDA 등은 '패스트트랙(Fast Track)'과 '신속심사(Accelerated Approval)', '돌파구요법'으로 알려진 '획기적 치료제(Breakthrough Therapy)' 등의 지정제도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우선 검토하고 환우들에게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이들 신약들이 공급될 수 있도록 심사절차를 간소화시켰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면역항암제가 항암화학요법, 표적항암제와 함께 차세대 항암제로 자리매김한 것은 현재까지의 임상시험결과로부터 약 20%의 암환우들에게서 반응한다고는 보도되지만, 일부 환우들에게서는 완치에 가까운 장기 생존율 보인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방광암, 유방암, 위암처럼 기존 치료로 충분하지 않은 환우들에게 효과가 우수하고, 폐암이나 두경부암, 식도암 등 예후가 나쁜 환우에게도 치료효과가 탁월하다는 점입니다.


폐암 환우를 대상으로 한 면역항암제의 임상연구결과, 1년 생존율이 42%, 3년 생존율이 2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표적항암제나 항암화학요법은 생존 곡선이 시간이 경과하면서 점점 밑으로 떨어지고 표적항암제는 처음에는 뛰어난 효과를 보이다가 내성이 생기면서 결국에는 생존 곡선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과 비교하면 면역항암제는 20% 정도 환우에게서 거의 완치에 가까운 장기생존(long term survival)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키트루다(Keytruda)는 PD-L1 발현율이 높은 환우에서 효과가 좋을 것이란 예상 하에 임상시험을 진행하였고 그 결과, 폐암의 경우를 보면 전체 치료 반응률은 19.4%인데, 종양에서의 PD-L1 발현율이 50% 이상인 환우는 45%의 반응률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고, PD-L1 발현율에 따라 서로 다른 생존 데이터 곡선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 연구 결과를 근거로 2015.10월 미 FDA는 키트루다와 최초의 PD-L1 발현율 검사인 동반진단검사(IHC 22C3)를 함께 허가하였다는 것입니다. 


2015.12월 ESMO ASIA에서 키트루다와 기존 표준요법인 도세탁셀을 비교한 임상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이 임상은 기존 치료에 실패한 폐암 환우에서 2차, 3차 치료제로 키트루다가 사용되었을 때의 치료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진행되었으며, PD-L1이 발현되는 폐암 환우를 대상으로, 2차 표준치료요법인 도세탁셀과 두 가지 용량의 키트루다를 비교하였고 그 결과, PD-L1 발현율이 50% 이상인 환우에서 기존 도세탁셀 대비 생존기간이 무려 6개월 이상 연장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결과에서 키트루다의 용량에는 관계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괄목할 만한 것은 비록 연구 추적기간이 짧았지만, 30% 이상의 환우들에서 장기 생존을 보였다는 점입니다. PD-L1 발현율이 1% 이상인 환우에서도 사망 위험률(hazard ratio) 0.71로서 기존 도세탁셀 대비 더 좋은 결과를 보였는데, 이러한 이유로 옵디보(Opdivo)와 키트루다가 비소세포 폐암의 적응증 확대와 건강보험 적용을 두고 오는 5~6월 내로 검토가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비소세포 폐암(NSCLC) 2차 치료에서 키트루다의 전체생존기간(Overall Survival)


다음은 실제 진료 현장에서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명주 교수가 말하는 이들 면역항암제의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국내 폐암환우의 사례입니다. 


- 비흡연자, EGFR 변이 음성, ALK 변이 음성이며, 수술 후 양쪽 폐로 전이된 63세 여자 환우에게 옵디보로 치료한 결과, 치료 시작 6개월만에 양쪽 폐에 암세포가 거의 없어졌으며, 현재도 반응이 잘 유지되고 있다.


- 48세 흡연자 편평상피암 남자 환우의 경우, 더 이상 치료할 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키트루다 치료를 받은 결과, 9주 만에 암세포가 줄고, 12개월 시점에 거의 암세포가 감지되지 않을 정도로 호전되었다. 이 환우는 2년 동안 일상생활에 아무 문제없이 지내고 있다.


- 70세 비흡연자 EGFR 변이 양성 여성 환우는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닙)로 치료가 잘 되지 않았는데, 소세포 폐암도 함께 확인이 되었었다. 이 환우에게 키트루다를 투여한 후 6주 만에 암이 줄어들었고, 지금까지도 치료가 잘 유지되고 있다.


안 교수는 모든 환우에서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 환우들에서는 오래 지속되는 것을 확인하였고 또한 전신상태가 항암화학요법 치료가 어려운 고령의 환우에서도 전신 부작용이 적기 때문에 면역항암제는 좋은 치료옵션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보건당국은 이들 면역항암제의 폐암 적응증 확대와 건강보험 적용을 놓고 건강보험 재정 부담의 문제로 고민하고 있을 것입니다. 보험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PD-L1 발현율이 높은, TPS(Tumor Proportion Scores) 50% 이상의 폐암 환우들에게 선택적으로 적용하고자 할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바이오마커로 PD-L1을 꼽는데, 실제 연구(KEYNOTE 010)에서 보면 PD-L1 발현율이 50% 이상인 환우들 중에서도 30% 정도만 반응하고 PD-L1 발현율이 1~49%인 환우에게서도 18%의 반응율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이는 면역항암제로 가장 효과를 볼 수 있는 환우를 이 바이오마커로 예측하기에는 아직 부적절하다는 것입니다. 정말로 필요한 환우들에게 약제 급여를 원했다면 TPS 50% 이상에서 반응하지 않는 환우들보다 TPS 1~49%의 환우들 중 반응하는 환우들에게 우선 급여 혜택을 주는 것이 보험 재정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면역항암제의 특성상 우리 몸의 면역 T세포가 기억한 면역체계를 유지해서 투약 중단하고 1년 이후에도 치료 효과가 유지가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어떤 환우들에게 투여하면 효과가 있을지, 언제까지 투약해야 할지를 놓고 명확한 기준은 아직 없으며 기존 표적치료제와 같이 명확한 바이오마커 진단 기술 개발까지는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모르기에 환우들은 급여 문제 때문에 치료제를 쓰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명확한 바이오마커 진단 기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폐암 환우들 중 TPS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기 보다는 임상적으로 분명 반응을 보이고 치료 효과가 있는 환우를 가려 우선 급여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보험 재정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보건당국자의 주장은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전문의료진의 다음과 같은 사실에 비추어 보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 임상에서 2~3주기 사용하고 나면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 환우와 그렇지 않은 환우를 가릴 수 있다.

- 반응이 매우 느리게 나타나는 환우들도 있지만 최소 9주 이내에 대부분의 환우에서 반응을 알 수 있다.

- 폐암에서 PD-L1 발현을 보이는 환우는 2/3 정도이며, 1/3은 아예 대상이 아니다.


여하튼 면역항암제의 임상시험에 참여하였던 전문의료진이 "실제로 치료 반응이 있는 10명 중 3명의 환우는 완치 상태까지 간다. 그런데 환우가 이걸 써보지 못하고 돌아가신다 하면…. 정부도 환우도 의사도 못 할 짓이다. 뭔가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한 것처럼 보건당국은 모든 것을 고려하되 진정 폐암 환우를 최우선으로 배려했는가를 곱씹어보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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