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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삶 (Nature & Life) :: 신라젠 대표, 문은상 "펙사벡으로 말기 암 환자도 살릴 것"

 


"말기 암 환자도 살릴 수 있는 시대가 곧 올 것입니다."


최근에 보도된 문은상 신라젠 대표(52)가 내비친 자신감입니다. 신라젠은 현재 항암제 '펙사벡(JX-594)'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는 치료 효능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를 만들어 '꿈의 항암제'를 오는 2020년까지 내놓는다는 계획입니다.


펙사벡은 유전자 조작 항암바이러스를 바탕으로 개발 중인 항암제로 정맥 투여(IV)가 가능한 것이 특징입니다. 천연두 백신에 사용됐던 '백시니아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변형시킨 것입니다. 이 바이러스는 원래 미국 연구진이 개발했습니다. 미국 바이오벤처 '제네릭스세라퓨틱스(이하 제네릭스로 약칭)'가 상용화를 위해 이 기술을 도입했고 제네릭스의 협력업체였던 신라젠이 제네릭스의 전체 지분을 사들이면서 신라젠이 펙사벡의 임상과 개발을 주도하게 되었습니다.

♧ 백시니아 바이러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본 블로그의 다음 글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KBS 스페셜] '암의 천적, 킬러 바이러스'에 대하여(1)

[KBS 스페셜] '암의 천적, 킬러 바이러스'에 대하여(2)

[KBS 스페셜] '암의 천적, 킬러 바이러스'에 대하여(3)


문 대표는 펙사벡이 상용화되면 인류가 실제로 암을 통제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현재 글로벌에서 펙사벡 투여군 300명, 대조군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임상에서 예상보다 훨씬 좋은 결과들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치과의사였던 문 대표는 2010년 신라젠에 투자자로 합류했습니다. 치과병원을 그만두고 2013년 말 신라젠 대표로 취임하며 펙사벡의 상용화에만 올인하고 있습니다. 그는 "바이오 신약 개발은 짧은 기간에 이뤄질 수 없다"며 누군가 소위 '총대'를 메고 달려나가지 않으면 불가능한 분야로 성공 가능성을 믿고 장기적으로 인재들이 몰려들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음은 문 대표와의 일문일답입니다.



― 펙사벡이 다른 항암제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펙사벡은 천연두 백신에 활용됐던 백시니아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변형해 바이러스가 암세포를 괴멸시키는 원리로 항암 기능을 한다. 바이러스가 암세포에 침투하면 암세포가 파괴되면서 항체를 만들어낸다. 이 때 인체의 면역시스템이 또다른 면역시스템(항체)이 생겼다는 것을 인식하고 함께 암 조직을 공격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바이러스를 주입해 항체을 만드는 백신처럼 펙사벡도 바이러스를 투입해 항체를 만들어 암 세포를 공격하도록 하는 것이다.”


― 면역항암제와도 다른 것인가.


면역항암제는 체내에 있는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 면역세포가 암 세포를 공격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면역항암제는 인체의 면역 기능을 지나치게 활성화시켜 자가면역질환 등을 유발한다는 한계가 있다. 펙사벡은 이같은 면역항암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게 지금까지 임상에서 드러난 특징이다.

특히 기존 항암제는 간암이나 신장암, 대장암, 유방암 등 개별 암별로 각기 다른 항암제 개발을 위한 임상이 필요하지만 펙사벡은 대부분 암 세포에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 또 기존 항암제는 2~3주 간격으로 계속 투여받아야 해 환자들의 비용 부담이 어마어마한데 펙사벡은 3회 가량 투여하면 ‘끝’이기 때문에 획기적인 항암제라고 볼 수 있다.


― 바이러스를 활용한 항암제는 기존에 어떤 것이 있나.


글로벌 바이오기업 암젠이 헤르페스 바이러스를 활용해 만든 흑색종 치료제 '티벡'이 유명하다. 티벡의 경우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할 경우 항암 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간암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는 펙사벡도 기존 면역항암제인 독일 바이엘의 '넥사바' 병용 임상 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 현재 임상 3상이 미국 FDA의 특정임상계획평가(SPA, Special Protocol Assessment) 승인 하에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보통 신약 개발에는 임상 계획이 승인되고 임상이 완료되면 상업화를 위한 허가 과정을 거친다. 각 단계가 완료되면 FDA가 임상 데이터를 받게 되는데 신라젠이 승인받은 SPA는 간암 말기 환자들의 수명이 일정 기간 이상 연장될 경우 별도 데이터 분석 없이도 임상 결과를 인정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시급한 바이오 신약에 대해 빠르게 상용화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 펙사벡 상용화는 언제쯤으로 보고 있나.


펙사벡은 신라젠 단독으로 개발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백시니아 유전자 변형에는 바이러스 전공자, 동물실험은 중개의학자, 임상1상은 메디컬 종양학자 등이 관여한다. 현재 마라톤으로 비유하자면 40km쯤 와 있다. 2018년 하반기 임상3상에 대한 중간결과가 발표되면 2020년경 상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전통 제조업의 위기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바이오 분야가 꼽히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는 기업이 나와야 한다. 신라젠이 성공하면 한국 바이오 산업이 꽃필 수 있을 것이다. 펙사벡 임상에 관여하는 국내 의사들이 다음 세대에는 병원 치료 현장에만 있는 의사보다는 창의적인 바이오 연구를 하는 의사를 더 많이 배출하자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성공한 글로벌 바이오 기업이 나와서 좀 더 창의적인 연구개발(R&D)에 인재들이 몰릴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펙사벡도 신라젠이 만드는 신약이 아니라 한국의 의사들이 만드는 신약이다. 아직 한국은 블록버스터급 바이오 신약이 하나 성공했을 때 어떤 파장이 생기는지 아직 경험해 본 적이 없다. 펙사벡을 글로벌 바이오 신약으로 성공시켜 국내 바이오 산업 생태계가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겠다. 바이오 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만들면, 다음 세대 인재들이 더 많이 바이오 연구개발에 관심을 쏟는 토양이 만들어진다. 신라젠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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