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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삶 (Nature & Life) :: 암 치료 보장성 확대, 왜 필요한가?

 


어떤 의료인에 의하면, 자신의 환우 중에 30대 중반의 가장이 떠오른다고 합니다. 꼭 필요한 항암신약이 한 달 치료에 600만원이나 들어가 전세를 빼서 월세로 옮기고 겨우 친척들 도움을 받아 치료를 이어갔지만, 결국 가족에게 빚만 남긴 채 숨을 거두었다는 것입니다. 치료비를 위해 집을 팔고 빚을 낸 이른바 전형적인 '메디컬푸어(medical poor)' 가정의 예입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가 그토록 필요로 했던 신약은 7개월 뒤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기존의 화학적 항암제에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 암환우들이 존재하고 이들은 최근에 개발된 면역항암제에 마지막 희망을 걸어본다는 것입니다. 호스피스로 가기전에 단 한 번이라도 맞아봤으면 하지만 이러한 면역항암제는 급여등재가 되지 않아 한 달 약값이 900만원에 이르고, 약에 반응하는 한 최소 2년은 유지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포기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재앙적 의료비 때문에 환우는 호스피스로 발길을 돌려야만 하는데도 보건당국은 제약사와 여전히 협의 중이라며 기나긴 줄다리기 싸움에 여념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젠 환우들도 희망고문에 신물이 납니다. 이들 환우들은 정말 운이 없는 걸까요?


혹자는 우리나라의 공중보건 정책이 얼마나 우수한데 그런 소리를 하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무조건 틀리다는 것은 아닙니다. 암환우의 경우에 암 진단을 받으면 환우는 5년간 외래나 입원 진료 시,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치료나 약제 등에 대해 5%만 본인이 부담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는 끊임없이 메디컬푸어가 양산되고 암환우 한 명이 죽음 직전까지 지불한 총 의료비 지출에는 정부의 공공의료 정책에두 불구하고 변함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럼 분명 정부의 공공의료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의료 전문가는 메디컬푸어 문제가 여전히 심각한 이유는 '5%의 덫'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항암제를 건강보험에 적용하면 정부가 95%를 부담해야 하니 쉽게 건보에 등재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외부에서 우리의 공공의료 정책을 바라다 보았을 때 극찬을 아끼지 않지만 그 속에는 일종의 함정 내지는 자가당착이 있다는 것입니다.


과연 무슨 근거로 5%의 함정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이는 OECD 국가의 의료정책과 비교함으로써 쉽게 벤치마크 할 수 있습니다. 국내 항암신약의 접근성은 OECD 20개국 중 17위이며, 항암신약 중 허가에서 보험등재까지 소요된 평균기간도 급여까지 18개월 이상으로 '최하위'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급여에 등재되는 약제의 수도 적어 암환우는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면 비용의 100%를 직접 부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증명이라도 하듯, OECD 국가의 항암신약 보장성 보험율은 평균 69%이지만, 우리나라는 29%로 턱없이 매우 낮다는 것입니다. 그럼 급여가 되는 약으로 치료하면 되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더 이상 치료법이 없는 상태에서 최후 대안으로 사용되는 것이 비급여 항암신약이기 때문입니다. 몇 달 더 살자고 수억원을 건보 재정에서 부담해야 옳은가냐고 남에 일처럼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논외하고도 적어도 OECD 평균은 되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이러한 항암 신약이 단순히 생명 연장이라기 보다는 분명 일부의 환우들에게서는 드라마틱한 호전을 보이고 완치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생존 기간과 삶의 질을 탁월하게 높인 혁신적 신약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우리의 의료정책은 오직 재정 탓만하며 외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민 3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정도 암에 걸린다며 식생활 개선과 조기 검진을 보건 당국은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암에 안걸릴 수는 없습니다. 우리나라도 전체 보장성 목표를 OECD 평균인 80%로 끌어올려야 마땅하다는 것입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항암제 관련 지출은 총약제비 지출의 6.1%에 불과하며, 이는 OECD 국가 평가인 19%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담뱃세와 같은 각종 건보 재정 흑자분의 활용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암치료제의 급여등재율은 29% 비암치료제의 급여등재율은 67%의 1/3 수준에 불과한데, 시간이 지나면 낫는 감기 정도에 현행 급여를 암치료제에 보다 기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도를 개선하여 항암신약의 경우에는 보다 탄력적인 위험분담제도를 운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고가의 항암신약이 환우와 정책당국에 모두 부담이 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위험분담제 적용을 전제로 빠르게 보험등재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2009.12월 이후 적용되고 있는 암환우 본인부담률 5%를 상향 조정에 대해서도 재검토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암환우도 1기에서부터 4기까지 그 예후가 다양하고 치료 방법 또한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근치적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본인부담률을 상향조정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뿐만아니라 항암제에 대한 접근성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학계, 환우단체, 보험사, 급여위원회 등 가능한 모든 관련자가 참여하는 다학제적 위원회를 상설 운영하여 빠르게 합의안을 도출하여, 급여등재를 선진국처럼 신속하게 심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신약이 있어도 비용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대체, 민간요법을 찾는 이유도 암 치료 보장성을 확대가 시급하다는 말의 반증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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