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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삶 (Nature & Life) :: 암 예방주사(백신)의 진화

 


담배 근처에 가지도 않았는데 폐암이 생깁니다. 억울합니다. 하지만 2017년 미 존스홉킨스대학 연구에 의하면 암 67%가 무작위로 생긴다는 것입니다. 운이 없으면 걸리고 결국 믿을 놈은 하나입니다. 생기는 족족 잡아 줄 내 면역뿐이라는 것입니다. 이게 약해졌다면 불안합니다. 왜 다른 예방주사(백신)처럼 한번 맞으면 평생 가는 '암 예방주사'는 없을까요. 암은 종류 따라, 환우 따라 각각 다릅니다. 또 쉽게 변해버립니다. 암 예방주사가 어려운 이유입니다. 희소식이 있는데, 지난 4월 미 스탠퍼드 대학 연구팀이 암 예방주사를 만들어 쥐에 주사했고, 이후 암이 생기지 않고 예방되었습니다. 게다가 환자맞춤형입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요? 


예방주사는 해당 균을 미리 주사해서 이를 기억하는 면역세포를 만들어 놓습니다. 살아 있으면 위험하니 죽인 균이나 껍질 성분(항원)만 주사합니다. 암세포도 직접 주사하면 위험하니 죽이거나 껍질 성분(항원)만 주사하면 된다는 논리입니다. 문제는 걸리기 전에는 내 암세포를 미리 구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내 암세포를 가장 닮은 놈을 찾아내면 되는데 과연 어떤 놈일까요.



스탠퍼드 의대 연구진은 쥐 피부세포를 떼어내 줄기세포(역분화)로 만들었습니다. 이놈을 죽여 암 예방주사를 만들었습니다. 이를 쥐에게 주사 후 유방암 세포 40만 개를 주입하였습니다. 예방주사를 맞지 않은 쥐는 주입한 유방암세포가 자라 암 덩어리가 생기는 반면 예방주사를 맞은 쥐 70%는 암이 생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유방암뿐만 아니라 중피종, 피부암 등도 모두 같은 예방 효과를 내었습니다. 왜 암세포도 아닌 역분화 줄기세포가 면역세포들에 암세포로 인식되었을까요. 그 답은 산모 입덧 속에 있습니다.


산모는 임신 초기에 입덧을 합니다. 나쁜 음식을 예방한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입덧은 호르몬(hCG; 인간 융모성 생식선 자극 호르몬)이 솟구치는 시기와 일치합니다. 이 물질은 놀랍게도 암세포에서도 나온다는 것입니다. 왜 이 시기에 산모는 암세포와 유사한 호르몬을 내놓을까. 그 답은 산모 탯줄 속에 있습니다. 


탯줄은 예로부터 보관 항아리를 따로 만들 만큼 귀히 여겼습니다. 지금은 그곳에 줄기세포가 많다 해서 냉동보관도 합니다. 정작 중요한 건 탯줄 만드는 '착상' 과정이다. 착상은 해안절벽에 배를 고정시키는 군사작전을 방불케 합니다. 수정란이 분열해서 배아가 됩니다. 이 배아가 자궁벽에 달라붙습니다. 배아껍질세포(영양막 세포)가 침투조인데, 벽에 작은 구멍을 냅니다. 한 발을 디밀고 틈새로 몸을 밀어 넣습니다. 조금씩 더 비집고 들어갑니다. 수를 불립니다. 이어 근처 혈관 벽을 허물고 새로운 혈관을 만들어 끌고 옵니다. 혈관을 엮어 탯줄을 완성합니다. 드디어 임신 성공입니다. 


수훈은 배아껍질세포인데 이놈들은 자궁벽에 달라붙고, 침입하고, 옮겨가고, 수를 불리고, 혈관을 만들었습니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침투-증식-전이 작전입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암세포가 하는 일입니다. 산모 속 배아는 행동거지가 암세포를 빼닮았습니다. 실제로 3개월 된 임산부와 소화기 암환우의 혈액 면역성분은 80% 유사합니다. 유방암 5개, 대장암 11개. 난소암 10개, 폐암 5개 성분이 산모배아성분과 정확히 같다는 것입니다. 그럼 배아세포로 암 예방주사를 만들면 어떨까요?


그러나 배아 사용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생명체이어서 윤리문제가 불거집니다. 배아와 가장 닮은 건 원시상태세포, 즉 줄기세포이고 그중에서도 역분화 줄기세포가 최적입니다. 피부세포를 '리셋'시켜 쉽게 만듭니다. 윤리문제가 없습니다. 게다가 자기 세포로 만드니 자기 암세포를 닮았습니다. 개인맞춤형 암 예방주사로는 최고라는 것입니다.


그동안 암 예방주사가 실패했던 이유는 암세포가 쉽게 변하기 때문입니다. 즉 암세포 표면 한 개 표적(항원)만을 목표로 예방주사를 만들면 암세포는 그 표적물질(항원)을 더는 안 만들게 변합니다. 따라서 최대한 많은 표적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 좋기는 개인별 고유한 표적도 포함해야 합니다. 결국 최고 예방주사는 개인 암세포 '통째'입니다. 암세포는 암에 걸리기 전에는 구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암세포 특성을 가장 닮은 배아 껍질세포, 그놈을 가장 닮은 원시상태 역분화 줄기세포를 죽여서 미리 주사하는 것입니다.


착상과정은 또 다른 아이디어를 제공합니다. 즉 정상적인 배아껍질세포가 어떻게 암세포로 변하는가, 그리고 착상임무가 끝나면 어떻게 정상세포로 되는 가입니다. 이 단계를 잘 들여다보면 중요한 암 치료 단서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가 사람에게도 적용된다면 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까요? 쥐 면역은 사람과 다릅니다. 하지만 암 표적물질 종류가 쥐나 인간 모두 비슷합니다. 게다가 모든 포유류에서 배아껍질세포가 암처럼 침투해서 착상합니다. 쥐도, 개도, 말도, 사람도 모두 유방암, 대장암, 폐암에 걸립니다. 이번 연구가 사람에게도 같은 효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유입니다. "암 예방으로 생명을 구한다면 그게 최우선이다." 유방암 수술을 한 앤젤리나 졸리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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