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시스템생물학 연구를 통해 대장암세포를 일반적인 정상 세포로 되돌리는 초기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였다고 알려집니다. 이는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조광현 교수팀으로 대장암세포와 정상 대장 세포의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를 분석해 대장암세포를 정상 대장 세포로 변환하는데 필요한 핵심 인자를 규명하고, 이를 통해 암세포의 정상 세포화라는 새로운 치료 원리를 개발했다는 것입니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암학회(AACR)에서 출간하는 국제저널 ‘분자암연구(Molecular Cancer Research)’ 2020.1.2일 자 표지논문으로 게재되었습니다. (논문명: Network inference analysis identifies SETDB1 as a key regulator for reverting colorectal cancer cells into differentiated normal-like cells).
현재 항암치료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항암 화학요법은 빠르게 분열하는 암세포를 공격해 사멸시킴으로써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방식인데, 이는 정상적으로 분열하고 있는 세포들까지도 함께 사멸시켜 구토, 설사, 탈모, 골수 기능장애, 무기력 등등의 부작용을 일으킵니다.
뿐만 아니라 암세포들은 항암제에 본질적인 내성을 갖거나 새로운 내성을 갖게 되어 약물에 높은 저항성을 가지는 암세포로 진화하게 되므로 현재의 항암치료는 내성을 보이는 암세포를 없애기 위해 더 많은 정상 세포의 사멸을 감수해야만 하는 문제를 갖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암세포만을 특이적으로 없애는 표적 항암요법과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을 활용한 면역 항암요법이 주목을 받고 있으나 각각 효과와 적용 대상이 매우 제한적이고 장기치료 시 여전히 내성 발생의 문제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현재 개발된 항암요법들은 암세포를 죽여야 하는 공통적인 조건 때문에 근본적인 한계를 가집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연구팀은 암세포를 정상 세포로 변환하는 새로운 방식의 치료 전략을 제안하였습니다. 암세포가 정상 세포로 변환되는 현상은 20세기 초부터 간혹 관찰되었지만, 그 원리가 연구되지 않았으며 또한 이를 인위적으로 제어하는 기술도 연구된 바 없었습니다.
1907년 스위스 병리학자, Max Askanazy가 난소의 기형종(테라토마)이 정상 세포로 분화되는 현상을 발견한 이래로 다양한 암종에서 정상 세포로 변화되는 현상들이 산발적으로 보고되었고, 이러한 보고에서는 암세포가 돌연변이를 지닌 상태에서 주변 미세환경의 변화나 특정 자극 때문에 정상 세포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현상만이 관찰되었습니다.
조 교수팀은 시스템생물학 연구방법을 통해 대장암세포를 정상 대장 세포로 변환할 수 있는 핵심 조절인자를 탐구했고, 그 결과 다섯 개의 핵심 전사인자(CDX2, ELF3, HNF4G, PPARG, VDR)와 이들의 전사 활성도를 억제하고 있는 후성유전학적 조절인자인 SETDB1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리고 SETDB1을 억제함으로써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정상 세포로 변환할 수 있음을 분자세포 실험을 통해 증명하였고, 대장암세포에서 SETDB1을 억제했을 때 세포가 분열을 중지하고 정상 대장 세포의 유전자 발현 패턴을 회복하는 것을 확인하였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암세포에서는 암 특이적으로 활성화된 후성유전학적 조절인자 SETDB1이 정상 세포의 핵심 전사인자를 억제해 암세포가 정상 세포로 변환하는 것을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즉, SETDB1을 조절함으로써 다시 원래의 정상 세포 상태로 되돌릴 수 있음을 증명한 것입니다.
아울러 조 교수 연구팀은 서울삼성병원과의 협동 연구를 통해 SETDB1이 높게 발현되는 대장암세포를 가진 환우들에게서 더 안 좋은 예후가 나타남을 확인하였으며, 환우 유래 대장암 오가노이드(3차원으로 배양한 장기유사체)에서 SETDB1의 발현을 억제했을 때 다시 정상 세포와 같은 형태로 변화함을 관찰하였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찾아낸 타겟 단백질의 활성을 억제할 수 있는 저분자 화합물은 아직 개발된 바 없으며 추후 신약개발과 전임상실험을 통해 암세포의 정상 세포화라는 새로운 치료 기술이 본격적으로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이와 같은 새로운 개념의 치료 전략이 적용된다면 현재 항암치료의 많은 부작용과 내성 발생을 모두 최소화함으로써 환우의 고통을 완화해 삶의 질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입니다.
조 교수는 그동안 암은 유전자 변이 축적에 의한 현상이므로 되돌릴 수 없다고 여겨졌으나 이를 되돌릴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며 이번 연구가 암을 당뇨나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으로서 잘 관리하면서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항암치료의 서막을 연 것이라 평가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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