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정부의 보장성 강화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암의 수술이나 약물의 경우에는 현행 총 진료비의 5%만 부담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항암제의 경우, 신약은 계속 개발되는데 비용부담을 이유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비용에는 포함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암환우는 재난적 약제비를 감당하지 못해 효과가 좋다는 고가의 항암 신약을 포기하고 외롭게 세상을 등진다는 것입니다.
'한국 암치료 보장성확대 협력단(KCCA)'에 따르면 주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개 회원국과 우리나라를 비교한 결과, 지난 6년간(2009~2014년) 새로 허가 받은 항암 신약의 보험 등재율은 OECD 평균 62%였지만 우리나라는 29% 정도로 국내 항암 신약 건강보험 등재율은 의료 강국이라는 말과 무색하게 OECD 평균의 절반 이하 수준이었다는 것입니다.
항암 신약 중 신속 심사 과정을 거쳐 출시 및 보험 등재된 비율 (2009~2014년 기준)
게다가 우리나라는 혁신적이거나 치료 효과가 높은 항암 신약일수록 건강보험 적용이 더욱 안되고 있는데, 이 기간에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청(EMA)은 신속 승인 절차(Fast Track)로 항암 신약을 보험 등재한 비율이 OECD 평균 54%였지만 우리나라는 겨우 8.5%라는 결과로 기인한다는 것입니다. 즉 어떤 환우는 완치에 가깝게 유지될 수 있는데도 의료비 부담으로 쓸쓸이 생을 마감한다는 것입니다.
국내의 한 바이오 기업은 신약의 임상시험을 위해 국내 식약처에 승인을 기다리다 결국 포기하였고, 대신 미국에서 신속 승인 절차를 얻어 오히려 해외에서 독점적 혜택을 누리는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내부사정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정부와 보건당국은 바이오 기술이 차세대 신성장 동력임을 운운하며 지자체와 영리병원의 유치에만 열을 올리는 엇박자로 일관한다는 것입니다.
실제 항암 신약으로 생존율은 높아지고 있는데 재난적 약제비 부담으로 암환우들은 항암 신약의 건강보험 적용의 그날을 바라보며 기약없은 투병 생활을 지속하며 '희망고문'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린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운이 좋은 환우는 수도권의 상급종합병원에 입원해 임상시험의 기회라도 잡아보지만 다수의 암환우들은 이마저 '그림의 떡'이라는 것입니다.
국내 암보협 정현철 대표는 암 진단과 치료의 눈부신 발전으로 지난 40년 간 암환우의 5년 생존률이 40% 가까이 증가했지만 국내 환우의 경우, 항암 신약의 접근성 부족으로 그 혜택을 충분히 누리고 있지 못한다며 진단, 수술, 검진 부문은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지만 OECD에서 가장 느린 항암제 도입 속도 때문에 최선의 치료를 받는데 어려움이 크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항암 신약이 허가를 받고 건강보험 급여가 결정되기까지 오래 기다려야 하는데, OECD 국가들은 평균 8개월(245일) 정도 걸렸지만, 우리나라는 무려 약 1년 8개월(601일) 소요된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이러는 와중에 증상이 심각한 진행성 암환우는 질병에 효과적일 수도 있는 신약을 알고서도 한 번 투여해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국내 혈액종양내과 어느 교수는 암이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임에도 불구하고, 약제비 재정 지출 중 항암제 비율은 9% 수준으로 OECD 국가들 중 가장 낮다며 새로운 항암제 치료에 대한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충분히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하였습니다. 사실 높은 유병률과 사망률, 환우들의 경제적 부담 등을 고려할 때, 암은 정부 보건정책에서 우선 순위를 높여야 하는 질환인데도 불구하고 우리의 보건체계는 단지 지급이 편하고 건보 재정이 덜한 수준으로 지원한다는 것입니다.
암 중에도 흔하지 않은 암의 표적치료제 신약은 다른 항암 신약에 비해서 건강보험 급여가 신속히 이루어지는데 그 이면에는 혜택을 보는 환우가 적어 건강보험 재정에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항암 신약이 "얼마나 많은 환우들에게 혜택이 가느냐?" 혹은 "얼마나 치료 효과가 좋으냐?"를 떠나서 우리의 보건당국은 비용이 얼마나 절감되느냐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과거 혈액암인 만성 골수성 백혈병의 경우, 과거에는 환우 10명 중 3명만이 5년 생존했지만 신약이 개발된 이후 10명 중 9명이 5년 이상 생존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건강보험 재정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단순한 감기와 달리 생명이 달려 있는 문제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암환우의 5% 본인부담금이 무리라면 조속히 사회적 합의체를 꾸려 논의하고 암치료 보장성 강화를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요컨데 법과 공적의료는 사회적 약자와 어려운 자들을 위해 우선 존재하는 것입니다. 적자생존이라는 인간 이외의 생명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공적의료의 의의는 소득에 비례하는 건강보험료를 올바로 책정하고 반드시 공급되어야 하는 환우에게 우선 지급되어야 한다는 것이며, 그 목적은 생명에의 외경이라는 것입니다. 최근 정부는 흡연율을 줄이고저 담뱃세를 200% 가깝게 인상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조성된 기금은 폐암 환우를 위해서 얼마나 기여하였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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