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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삶 (Nature & Life) :: 1000억원 재정 투입한 면역항암제 시대와 새로운 약제들

 


몇 차례 보험급여권 진입에 실패했던 옵디보(Opdivo)와 키트루다(Keytruda)가 위험분담제(RSA)로 급여 문턱을 통과했다는 것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는 두 약제에 대한 민원이 2년 새 약 300건 접수됐고 환자단체 요구도 높았지만 재정부담으로 결정하기가 쉽지는 않았다고 알려집니다.


결국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이들 약제의 비용효과성을 검토해 PD-L1 발현율, 처방기관 제한 등을 정한 후 급여를 결정했다는 것입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예상하는 연간 예상 청구액은 옵디보 567억원, 키트루다 544억원으로 총 1,111억원에 이른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등재된 위험분담제 약제 중 단연 최고액으로 각각 품목당 투입되는 재정규모도 가장 크다고 알려집니다.


지금까지는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 '레블리미드'의 연간 예상 청구액 320억원과 전이성 직결장암 등에 쓰이는 '얼비툭스' 예상 청구액 480억원이 가장 큰 규모였는데 이를 경신했다는 것입니다. 폐암은 국내 암 사망률 1위라는 불명예를 가진 만큼 적용가능한 환우 수도 가장 많다는 것입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폐암으로 사망한 환우가 연간 총 1만 7,440명에 달하며, 이번 급여적용으로 환우들이 경제적 부담을 덜고 더 나은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존 화학항암제가 가졌던 내성 문제가 없고 부작용도 적어 환우 삶의 질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비소세포 폐암 2차 치료제로 급여 혜택을 받는 옵디보와 키트루다의 처방은 어떻게 나뉠까요? 옵디보는 PD-L1≥10% 환우에서, 키트루다는 PD-L1 양성(≥50%) 환우를 대상으로 투약 가능하다고 알려집니다. 수치만 보면 옵디보의 환우 커버리지가 커 보일 수 있지만 PD-L1 발현율을 보기 위한 동반진단 검사법이 상이해 이들 약제를 처방할 수 있는 환우군이 상당수 겹칠 것이란 예상됩니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김혜련 교수는 '옵디보와 키트루다를 투약하는 환우 분포는 크게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비슷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두 약제에 대한 헤드 투 헤드 연구결과는 없지만, 임상시험에서의 결과가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는 설명입니다.


먼저 옵디보의 임상적 유용성을 살펴보면, 비편평 상피세포폐암 PD-L1≥10%에서 옵디보의 무진행 생존기간(PFS)은 5.0개월, 대체약제(도세탁셀)는 3.7개월이었고, 전체 생존기간(OS)은 19.9개월과 8.0개월로 나타났으며, 편평 상피세포 폐암 PD-L1≥10%에서도 옵디보는 대체약제에 비해 PFS(3.7개월 vs 3.3개월)와 OS(11개월 vs 7.1개월)를 유의하게 개선시켰고, 키트루다와 대체약제를 비교했을 때, PFS는 5.0개월 대 4.1개월이었고 OS는 14.9개월, 대체약제는 8.2개월이었다고 보고됩니다.


김 교수는 '면역항암제를 처방할 수 있는 대형병원에는 두 가지 동반진단 키트가 준비되어 있을 것'이라며 '환우의 선호도와 각 병원의 사정 등이 다양하게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강진형 교수 역시 옵디보와 키트루다를 '난형난제' 약물이라고 설명하며 초반에는 쏠림현상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는 것입니다. 강 교수는 '두 약제를 처방하기 전 이뤄지는 PD-L1 발현율 검사가 가격 부담이 없어 생체검사 시 2가지 검사를 동시에 실시해 약제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는 것입니다. 다만, PD-L1 발현율 수치가 착시현상을 일으킬 수 있어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조언입니다.


강 교수는 '마치 PD-L1의 발현율이 50% 이상인 환우는 키트루다를, 10~50% 미만인 환우는 옵디보를 사용해야 하는 것처럼 오인할 수 있는데 이는 경계해야 한다'며 '임상에서의 처방경험이 쌓이면서 의료진들도 답을 찾아갈 것'이라고 전망하였습니다. 게다가 '옵디보는 PD-L1 발현 여부와 관계없이 효과를 보였지만 보험재정 등의 여러 요소를 고려해 인위적으로 PD-L1 발현율 10%로 정해졌다'며 '급여화를 통해 비급여군, 즉 10% 미만의 환우들에 대한 데이터도 쌓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제약업계 관계자 역시 '의료진들은 환우의 부작용을 크게 경험할 경우 약제를 쓰는 데 망설이게 된다'며 '생명과 직결되는 항암제 특이성과 종양내과 의료진들이 갖는 성향 등으로 경험이 쌓이면서 선호하는 약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외에도 PD-L1 저해제 티쎈트릭(Tecentriq)이 후발주자로 면역항암제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전해집니다. 티쎈트릭은 암세포(TC)와 면역세포(IC)에 존재하는 PD-L1을 표적하는 단일클론 항체로, 면역세포의 PD-1을 표적으로 하는 옵디보, 키트루다와 차별화된 기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로슈 측 설명입니다. 여기서 PD-L1은 암세포와 면역세포에 존재하는 단백질로, PD-L1이 T-세포에 위치한 PD-1, B7.1 수용체와 결합하면 T-세포의 항암작용을 억제할 수 있는데, 이것이 티쎈트릭의 작용기전이라는 것입니다.


OAK 3상 임상시험에 따르면 백금 기반의 화학요법제 치료 중 또는 치료 이후 질병이 진행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 폐암의 2차 치료에서 티쎈트릭 투여군 중앙값(OS)은 13.8개월로 대조군(도세탁셀) 대비 4.2개월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12개월 생존율과 18개월 생존율은 티쎈트릭 투여군이 55%, 40%로 대조군의 41%, 27%보다 개선되었다는 것입니다. 한편 주된 이상반응은 피로, 식욕감소, 호흡곤란, 기침, 면역매개 이상반응(폐렴, 간염, 갑상선 질환) 등이 있다고 알려집니다.



또한 롤러코스터 같은 행보를 보이는 면역항암제 4번째 주자 임핀지(성분명 : 두발루맙, Imfinzi)도 있는데, 트레멜리무맙과의 병용요법 임상에는 실패했지만, 3기 비소세포 폐암 환우의 PFS를 획기적으로 연장한 결과를 내놓와 이를 토대로 지난달 말 FDA 혁신치료제로 지정되다고 알려집니다.


PACIFIC 임상 3상 중간 결과에 따르면, 3기 비소세포 폐암 환우에서 임핀지를 투여한 환자군의 PFS가 16.8개월로 대조군 5.6개월에 비해 무려 11개월 더 길었으며, 12개월 생존율은 55.9%(대조군 35.3%)였고, 18개월 생존율은 44.2%(대조군 27.0 %)였다는 것입니다. 전체 생존율 데이터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무진행 생존 혜택이 커 약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 처방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관문이 있는데, 바로 급여목록 등재로 옵디보와 키트루다는 시판 허가 이후 1년 반 만에 급여목록에 올랐으며, 폐암 환우 수가 많고 그만큼 많은 재정이 투입되는 데다 약값은 비싸 급여적용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는 후문입니다.


티쎈트릭은 폐암 최초의 PD-L1 면역항암제라는 타이틀을 달고 급여권 진입을 노리고 있는데, 앞서 면역항암제에 대한 급여가 이뤄졌다 하더라도 티쎈트릭의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입니다. 옵디보와 키트루다는 RSA를 선택했고, 티쎈트릭 역시 같은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이지만 '대체 가능하거나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제품 또는 치료법이 없는 항암제'라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항 PD-L1 면역항암제가 항 PD-1 면역항암제와 차별화되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티쎈트릭은 OAK 연구에서 PD-L1 발현율과 관계없이 유효성 및 안전성을 확인하였고 동반진단 검사가 불필요하다는 것인데, 옵디보 역시 PD-L1 발현 여부와 관계없이 처방가능한 약이지만 결국 급여 과정에서 PD-L1≥10% 기준이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티쎈트릭도 급여권 진입을 위해서는 PD-L1 발현율 기준이 정해질 것이란 예상입니다.


다국적사 한 관계자는 '티쎈트릭은 RSA라는 산을 넘어야 되고, PD-L1 발현율 설정이라는 장애물도 있으며. RSA에 들어오더라도 약가를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로슈가 약가를 낮춰 제품을 발매한 사례가 드물기 때문에 티쎈트릭 급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으며 이에 대해 한국로슈 측은 '급여협상 초기단계라 아직 관련 입장을 말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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